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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 Death - 밀폐된 곳에서 선풍기를 쐬고 자면 사람이 죽는다?


 

이미지 출처 : http://img.villagephotos.com/p/2006-1/1134269/FanDeath.jpg

 어릴 적부터 우리 부모님께서는 선풍기를 쐬면서 자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또한 뉴스와 신문에서 여름에 문 닫고 선풍기 쐬면서 자다가 죽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도되곤 했지요. 하지만 어린 내게조차 선풍기를 쐬면서 잔다고 죽는다는 것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선풍기를 쐬면서 자면 사람이 죽을 수 있을까요?

 의대에서 공부하면서, 어렴풋이 그 때의 기억을 상기할 수 있었고, 그에 대한 진실을 알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본2 1학기를 마친 지금까지(08년 여름에 썻던 글) 의학 교과서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어요. 대신에 그 때까지 교수님께 듣고, 여러 가지를 배우고, 공부하면서 외국 사이트도 검색해 본 바를 통해 앞으로도 그에 대해서는 배울 수 없을 거라는 사실과, 이런 믿음이 한국에서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정보도 많이 알 수 있는 현재는 이것은 미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의대 교수의 말을 바탕으로 한 의견도 있어 논란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7231804205&code=940100)

 방학이라 시간이 남는 지금, 레포트를 쓰듯이 바로 이 'Fan Death'에 대해 조사해보고 나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고자 합니다. 여기서 일단 보여주고 싶은 자료가 있습니다. 이것은 블록 강의 '행동 과학'을 배우던 중 문화 관련 증후군(culture bound syndrome, culture specific syndrome이라고도 합니다.)을 배우다 재밌어서 인터넷에서 찾아보다 우연히 발견한 것입니다. 문화 관련 증후군이란 특정 문화지역 내에 전통적인 종교 문화나 지역적인 문화적 특성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정신의학적 증후군이라 합니다. 유명한 것으로 amok이라는 것은 말레이, 인도네시아에서 있는 것으로 이유를 알 수 없이 갑자기 난폭해져서 갑자기 남을 패거나 죽이려는 것입니다. Koro라는것은 자신의 성기가 빨려 들어가거나 쪼그라들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것으로 이 밖에도 다양한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도 이러한 것에 자랑스럽게 올려놓은 것이 화병(hwabyung), 신병(shinbyung)이 있다고 배웠지요. 한편 학교나 책에서는 가르치지 않고 있지만 wikipedia에서는 fan death가 한국 고유의 문화 관련 증후군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Culture-bound_syndrome) 즉 선풍기 때문에 죽는다고 믿는 것을 실제 있지 않은 것을 믿는 정신 증후군이라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Halloween 패션으로 Fan Death를 주제삼아 나온 외국인. Korean wive's tale이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외국에서 fan death가 한국인 관련 유머 코드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미지 출처: http://picasaweb.google.com/tikimuhu/Halloween/photo#5147128332991795938)

 일단 wikipedia 검색 결과입니다. 영어 실력이 극도로 허접하기 때문에 번역한 내용에는 심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Fan death is a South Korean urban legend which states that an electric fan, if left running overnight in a closed room, can cause the death (by suffocation, poisoning, or hypothermia) of those inside. Fans manufactured and sold in Korea are equipped with a timer switch that turns them off after a set number of minutes, which users are frequently urged to set when going to sleep with a fan on.

 요약하면 밀폐된 공간에서 밤새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질식, 중독, 저체온으로 죽을 수 있다고 믿는 남한에서만 믿어지고 있는 일종의 미신으로서, 이 때문에 남한에서 팔리는 선풍기는 타이머가 붙어있다는 것까지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외국에서는 결코 fan death를 믿지 않으며, 그런 것을 믿는 한국인을 우습다고 생각하기까지 하는 자료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pubmed(http://www.pubmed.gov), mdconsult(http://www.mdconsult.com)와 같은 외국의 의학 논문 사이트는 물론, koreanmed(http://www.koreamed.org)와 같은 곳에서조차 fan death에 대한 논문은 한 편도 검색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버젓이 fan death로 죽은 사람이 계속 보도가 되며, 의대 교수님 중 일부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기에는 분명히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일단은 fan death의 사인으로 알려진 것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양한 자료를 찾아봤지만, wikipedia에 있는 beliefs에 거의 모든 원인에 대한 설명과 그 문제점이 적혀있으니 거기에 대해 하나하나 곰곰히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1.That an electric fan creates a vortex, which sucks the oxygen from the enclosed and sealed room and creates a partial vacuum inside.[citation needed] This explanation violates conservation of matter, as indoor fans are not powerful enough to change the air pressure by any significant amount.
- 대충 해석하면 선풍기가 소용돌이를 만드니까 밀폐된 공간 내의 산소를 흡수하거나 약간의 진공상태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워낙 약해서 압력차이를 생기게 하기도 힘들뿐 아니라 질량 보존의 법칙에 위배된다고 합니다. 뭐...그렇게 설명 안해도 사실 상 말이 안되는 것이 팬을 통해 산소를 나가게 할 수 있다면 그 원리를 활용해서 산소를 뽑아내거나 하는 등의 응용법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진공을 언급한 것은... 정말 위 설명대로 기압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했지요? 선풍기 따위가 진공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기압은 만만한 녀석이 아닙니다.

2. That an electric fan chops up all the oxygen particles in the air leaving none to breathe. This explanation violates mass conservation and well-known properties of molecules and gases.
- 대충 해석하면 선풍기 땜에 산소 분자가 깨져서 밖으로 나가버려서 숨 못쉬게 나가버린다는 것 같은데요... 공유결합이 그렇게 약한 물리적 힘으로 깨진다면 세상 사는게 참 재밌을겁니다. 선풍기 때문에 free radical도 형성되고 방 안에서 오존도 형성될지도 모르지요. 먹던 음식은 떨어뜨리기만 해도 황산 가스와 이산화탄소 등이 마구 튀어나오고 배가 지나가기만 해도 그 뒤에는 수소와 산소가 마구 튀어나갈 지 모릅니다... 근데 이런 식의 해석은 한국에 사는 사람들도 다 처음 들어볼 것 같습니다. 어째 외국인들이 한국의 미신을 더 상세히 알고 있는 것인지...;

3. The fan uses up the oxygen in the room and creates fatal levels of carbon dioxide.[citation needed] There is no actual conversion of oxygen to carbon dioxide happening; unlike a candle, the electric motor in a fan does not alter the chemical composition of the air (apart from creating some ozone if the motor uses brushes, and outgassing from the materials).
- 요건 선풍기가 산소를 마구 소모하고 CO2를 배출한다는 얘기인데요... 영구자석하고 전자석의 상호작용이 산소를 소모한다는 얘기는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산소를 소모한다는 것은 모터 내의 탄소가 산소와 반응하여 이산화탄소를 내보낸다는 건데 선풍기 안에 그렇게 많은 탄소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설마 페인트? 플라스틱? 틀기만 해도 방안 산소를 다 소모할 정도의 속도로 선풍기의 산화가 진행된다면 선풍기 내의 산소와 반응할 탄소는 다 이산화탄소로 날아가거나 선풍기가 완전히 타버리거나 녹슬게 되서(산화되서) 못쓰게 되겠네요.

4. That if the fan is put directly in front of the face of the sleeping person, it will suck all the air away, preventing one from breathing. This explanation ignores the fact that most people point a fan towards themselves when using one, which causes air to move past the face but does not change the amount of air present.
- 선풍기를 자는 사람 얼굴에 바로 쐬면 호흡을 방해한다는 겁니다. 언뜻 그럴 듯도 합니다. 빠르게 흐르는 유체는 압력이 낮아진다는 베르누이의 정리도 있지요?(맞나싶어서 찾아봤는데 맞습니다) 근데 그게 숨을 못쉬게 할 정도일까요? 그런 정도도 아닐 뿐더라 기압이 재빠르게 빈 공간을 채워줍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기압이라는 것은 진공이라는 것을 쉽게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려울 설명 다 재끼고라도 선풍기 바로 앞에 가도 호흡에 지장이 있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자는 동안에는 필요한 호흡량 자체가 감소하지요.

 5. That fans contribute to hypothermia, or abnormally low body temperature.[2] As the metabolism slows down at night, one becomes more sensitive to temperature,[citation needed] and thus supposedly more prone to hypothermia. If the fan is left on all night in a sealed and enclosed room, believers in fan death suppose that it will lower the temperature of the room to the point that it can cause hypothermia. Empirical measurements will show, however, that the temperature in the room does not fall, at least not due to the fan; if at all, it should rise slightly because of friction and the heat output of the fan motor, but even this is generally not significant. Fans actually make one cooler by increasing the convection around a person's body so that heat flows from them to the air more easily, and by the latent heat of vaporisation as perspiration evaporates from the body. However, there is no scientific study which indicates that this effect would be sufficient to cause hypothermia unless the temperature were already very low (in which case, there would be no need for a fan anyway).
- 다 읽기는 귀찮고 대충 보니 선풍기가 밤에 자는 사람의 체온을 급격하게 떨어뜨려서 죽게 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과연 사람의 체온 조절능력이 선풍기도 이기지 못할 정도이고, 선풍기가 에어콘이나 기타 추운 환경보다 더 체온을 빠르게 빼앗을까요? 잠을 잔다해도 피부의 모세혈관 수축과 신진대사 증가 등의 기본적인 반응은 대뇌의 의식과는 별도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6. That fans contribute to hyperthermia, commonly known as heatstroke.[3] The 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warns that during excessive heat events, people should not "use a portable electric fan in a closed room without windows or doors open to the outside."[4] The EPA's position is based on the fact that a fan alone will not prevent hyperthermia brought on by hot weather, not that a fan will exacerbate hyperthermia.
- 선풍기가 열사병을 일으킨다는 자칫 어처구니 없어 보일 수 있는 이론인데 한국에서 믿어지는 의견은 아닌 것 같습니다. EPA(뭔가 단체 같습니다. 주장하는 내용으로 봐서는 사이비 단체...)가 밀폐된 곳에서 선풍기 쐬다 열사병 걸릴 수 있다는 얘기를 언급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너무 더운 날씨일 때 문닫고 선풍기 쐬봤자 소용없다는 얘기이지 선풍기 때문에 고체온증에 걸리지는 않는다는 얘기라고 적혀있습니다.

 7. That fans contribute to prolonged asphyxiation due to environmental oxygen displacement or carbon dioxide intoxication.[3][2][5][6] In the process of human respiration, inhaled fresh air is exhaled with a lower concentration of oxygen gas (O2), and higher concentration of carbon dioxide gas (CO2), causing a gradual reduction of O2 and buildup of CO2 in a completely unventilated room.[7] Other indoor sources of carbon dioxide include burning fossil fuels, such as a gas-fueled water heater, and seepage through foundations in areas of high CO2 soil content.[8] Carbon dioxide is a colorless, odorless gas, and because it weighs 1.5 times more than normal air,[9] it tends to concentrate toward the floor,[6] depending on temperature and air currents. In South Korea, some people sleep on traditional floor mats, called yos, while others prefer western-style beds, and floor vents may be absent when ondol radiant underfloor heating is employed.[10] According to The Straight Dope website run by the Chicago Reader newspaper, asphyxiation is an unlikely cause of fan death because "few rooms are totally sealed, and the fan would tend to keep CO2 and other gases well mixed."[3]
- 선풍기가 산소를 계속 흡수하거나 이산화탄소로 바꾸고 사람의 호흡과 그것이 가중되어 질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인이 바닥에서 자는 경향이 있는 것이 바닥에 깔리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질식의 위험을 높인다는 이야기도 있네요. 그럴듯한 이야기지만 여기 적혀 있듯이, 이산화탄소와 공기는 물과 기름처럼 쫙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고 아주 잘 섞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전 지구상의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바닥에 쫙 깔리고 해안가는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선풍기가 산소를 그렇게 흡수하려면 반응할 물질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연소에 가까운 반응을 일으킬만한 물질도 없고 그 양도 충분치 않습니다. 또한 방 안의 공기는 하루 자는 정도의 산소는 들어있다고 봅니다.

 밀폐된 곳에서 선풍기를 쐬다 죽는 경우로 가장 흔하게 있을 수 있는 것은 저체온 혹은 유발인자를 알 수 없는 갑작스런 부정맥 등에 의한 사망이 유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 부검을 해도 딱히 이유를 알기 힘들 수 있으며 단서라고는 환자 옆에 돌고 있던 선풍기 뿐이겠지요. 그런 상황에서 선풍기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실제로 경험을 해봐도 그렇고 선풍기를 밀폐된 곳에서 쐰다고 해서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지 않습니다. 쓸데없는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으며, 비과학적인 근거로 fan death를 옹호해서는 더더욱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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