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 살면서 대장균에 대한 이야기 한 번 들어보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약수터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었다느니, 음식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었다느니, 하천 물에서 대장균이 어느 정도 양이 발견되어서 안좋다느니 하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면에 대장균은 우리의 대장에 살고 있는 정상적인 균이라고도 하지요. 대체 이 녀석들이 뭐 하는 녀석들인지 궁금해질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은 대장균이 어떤 녀석들인지 알 필요가 있겠지요. 대장균은 Escherichia coli, 대부분은 줄여서 E. coli라는 학명으로 불립니다. 온혈 동물의 장 속에 흔히 분포하는 정상균총(normal flora: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균이라는 뜻입니다)으로 vitamin K₂를 생산할 뿐 아니라 새롭게 들어오는 병원균과 싸워주는 역할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대장균은 우리에게 있어 아주 유익하고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요... 이 녀석들은 상황에 따라 우리에게 아주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경우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봐야 겠지요.
1) 다 같은 대장균이 아니다? - 병원균으로 분류되는 녀석들도 있다!
어느 학문이나 다 그렇지만 분류 기준과 분류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보려면 염색을 해야 겨우 보이는 정도의 작은 존재라는 것이 문제인데요. 이것은 대장균 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균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생물들이 형태적인 특징과 생태적인 특징으로 분류가 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 녀석들은 지나치게 작아서 생긴 걸로는 정확한 종류가 구분이 되지 않고 단순히 비슷하게 생긴 녀석들을 한 이름으로 부르게 됩니다. 서로 교배를 한다거나 하는 녀석들도 아니고 특별한 분류 기준이 없다면 현미경으로 보고 일단 이름은 붙일 수 있어야 할테니까요. 그래서 실제로는 꽤나 다른 성질을 가진 녀석인데도 불구하고 뭉뚱그려 부르게 됩니다. 물론 간단하게 어떤 조건에서 배양이 가능한지, 특정 효소를 가지고 있어서 특정 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지 여부로 나뉘는 녀석들도 있지만 그건 우연히 인간이 발견한 경우에 불과한 것이죠.
또한 세균들은 우리 다세포 생물들과는 달리 플라스미드 등의 도구를 활용하여 자기들끼리 유전자를 공유하거나 전달할 수가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장균이라고 불리는 녀석들도 무지하게 다양하게 나뉘게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정상적이고 착한 대장균이지만 드물게 아주 병을 잘 일으키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분류키는 인간이 분류하는 것이므로 인간에게 중요한 기준인 '어떤 형태의 병을 일으키나'가 되게 됩니다.
전적인 예로 위장관염을 일으키는 5가지 군의 분류가 있습니다. 장병원성 대장균(enteropathogenic E. coli, EPEC), 장독소생성 대장균(enterotoxigenic E. coli, ETEC), 장출혈성 대장균(enterohemorrhagec E. coli, EHEC), 장침투성 대장균(enteroinvasive E. coli, EIEC), 장응집성 대장균(enteroaggregative E. coli, EAEC) 등으로 분류가 되지요. 임상에서는 주로 EPEC 라든가 ETEC라든가 하는 약자를 주로 사용하게 되구요. 이 5가지 군 내에서도 세부적인 분류가 있습니다. 학문적인 이야기는 귀찮고 짱나기는 합니다만 여기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한 녀석은 언급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지요. 그게 EHEC serotype: O157 : H7이라는 녀석들로 미국에서 햄버거 먹고 일부가 죽었던 일로 이슈가 되었던 녀석입니다. O157, O157 한 때 신나게 떠든적이 있었지만, 모든 O157이 병을 일으키는 것은 또 아닙니다. 이쯤 되면 설명을 드린다고 이것저것 늘어놓다가 더 복잡해진 느낌인데요.
간단하게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대장균은 정말 엄청나게 다양하고 어떤 놈이 인간에게 병을 일으키는지 인간이 일일히 구분하기가 힘듭니다. 몇몇 흔한 것을 제외하면 그런 일은 돈 많은 미국 실험실에서나 하는겁니다. 그리고 그 중 드물게 어떤 놈들은 아예 병균이랑 같아서 조금만 몸 속에 들어와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자현미경으로 대장균을 찍어대는 일도 돈 많은 실험실에서나 합니다.
2) 정상적인 놈들이 병을 일으킬 수 있다! - 장 밖으로 간 대장균 "나도 먹고 살아야지"
대장균은 위에서 밝혔 듯이 정상적으로 장 내에서 지들끼리 사람이 먹은 음식 주워 먹으면서 살아가고 인간에게 득이 되는 일도 많이 해주는 녀석들입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이 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쉽게 생각하자면 장 내처럼 풍부하게 먹을 것이 없다보면 인간의 세포를 녹여서 먹기도 하기 때문이죠.
이런 형태의 흔한 감염으로는 요로 감염이 있습니다. 신혼 여성분들(♥), 혹은 병원에서 폴리 카테터(소변줄)이라는 것을 꽃으면 자주 걸릴 수 있는 감염인데요. 비위생적인 행동이나 정상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요로로 들어온 녀석들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경우도 수 많은 대장균의 종류 중 특별한 녀석들은 더 심한 병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가장 심한 형태로는 패혈증이 있을 수 있는데요. 주로 많이 아프셔서 면역력이 약해지신 분들에서 대장균이 피 속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 되면(방광에 감염된 대장균이 신장까지 타고 올라간다든지, 장 수술을 하신다든지, 상처가 장과 관련된 곳에 있다든지, 아니면 장 벽이 느슨해졌다든지...) 피 속에 있는 풍부한 영양을 먹고 마구 번식을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정상적으로는 면역계가 이 녀석들과 전투를 하게 되는데 패혈증에 걸리신 분들은 이 전투에서 패배를 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경우 항생제로 균을 약하게 하거나 많이 죽여주는 처치를 취해주게 되지만 이미 한 번 전투에서 졌을 정도로 약해지신 분들이라 사망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병들은 대장균이 나쁜 놈들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은 녀석들이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 치다보니 이런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3. 내 똥에도 사는 녀석들인데 먹으면 어때? - 내 똥의 대장균은 먹어도 되는데... 누구껀줄 알고 먹어?
결론적으로 대장균이라는 녀석들이 어떤 녀석들은 해롭기도 하고 어떤 녀석들은 장 내에서 평범하게 사는 녀석들이라는 점, 그리고 정상적인 녀석도 장 내에 고이 모셔놓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렇다면 음식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었다고 문제를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대장균이 온혈 동물의 '똥'에서는 무조건 발견된다고 볼 수 있다는 특징에 있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대장균을 fecal contamination의 indicator(똥에 오염된 건지 알려주는 표지자? 정도로 해석을...)라고 불리우게 되는데요. 이것은 대장균 자체가 우리에게 병을 일으킬 가능성보다는 더 중요한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똥을 좋아하시는 분은 없을 겁니다. 이런 점을 진화론 적으로 설명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똥을 싫어하거나 붉은 색(피)을 무서워 하거나 하는 녀석들은 위험한 상황을 피해왔기 때문에 많이 살아남았을 거고 그걸 진화라고 설명하는 거지요. 아주 수 많은 병원체(이질, 장티푸스, 콜레라, A형 간염, 수 많은 회충, 요충 등의 기생충 등등)는 인간의 입에서 부터 똥까지, 그리고 똥에서 다시 인간의 입으로 순환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똥이 인간에게 해로운 이유는 그게 냄새가 나고 옷에 묻어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자기 똥이 아니고 남의 똥일 때 그 놈이 무슨 병에 걸린 상태에서 눈 똥일지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자기 똥이야 자기가 먹어도 상관 없겠죠...
마찬가지로 햄버거에서 대장균이 발견됬다면 햄버거 쌓는 사람이 똥과 관련된 것을 만지고 왔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리고 만약에 그 똥의 주인이 장티푸스의 환자라든가 한다면 바로 '1군 법정 전염병'인 장티푸스에 걸리게 되는 거죠. 약수터에서 대장균이 발견됬다면 그 약수터 위에 어딘가에 인간이든 너구리든 쥐든 간에 똥을 싸놨다는 얘기가 되고 그 녀석들 중에 똥으로 전염 가능한 병이 있다면 그 약수물을 먹은 사람도 다 걸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장에 사는 균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굳이 대장균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대장균이 수가 아주 많고 온혈 동물 장 밖에서는 많이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도 있지만 대충 그람 염색이라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기본적인 세균 검사법으로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먹을 것에 대장균이 발견되면 똥에 오염되었다는 얘기인데 그 똥의 주인이 무슨 병에 걸린 놈인지 모르니까, 해로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대장균이 발견된 음식은 피해야 한다는 겁니다.
- 시간나서 대충 배운거 회상해서 쓴 학생 수준의 지식이므로 대충 이렇구나 하고 참고하시기 바라며 위 정보를 숙제용으로 사용하셨다가 손해를 본다고 해도 전 책임지지 않습니다.
- 대장균에 대해 저보다 많이 알고 계신 분들의 의견이나 수정할 점 적극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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