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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Korean Fishes

블루길 사육 일지

 대부분이 민물고기 애호가가 블루길, 배스를 좋아하실 리가 없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그렇구요.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블루길과 배스 그 생물 자체를 감정적으로 미워하고 증오하려고만 하는 생각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들여온 것은 결국은 인간이고, 이입된 어종들은 그저 본능대로 살아남기 위해 애쓸 뿐입니다.

 큰 대륙의 매우 풍부한 수량을 가진 호수와 강에서 적응하고 살아남은 그들이 아무래도 대형화되고, 강인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입니다. 치어를 돌보는 그들의 뛰어난 번식 습성, 자신의 몸에 비해 큰 먹이를 먹는 능력을 가지고 살아 남아온 그들을 우리 나라에 이입한 사람들이 책임이 있겠다 할 수 있고, 외래어종들을 감정적으로 미워하기 보단 그들을 점차 우리 나라에서 몰아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쓸데없는 걸로 낚시꾼과 민물고기를 사랑하는 분들이 싸우시지는 말구요.

 하지만 분명히 해야할 건, 이 땅에 오래 살아온 녀석들을 밀어내고 블루길을 처음 도입한 분들, 그리고 낚시라는 취미 하나를 위해 그들을 퍼뜨린 분들에게는 절대로 관대해질 필요는 없겠습니다.

 성장하면 공격성이 생기긴 하지만 치어 블루길에게서는 폭력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자신보다 크기가 작은 녀석들에게도 쫓기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직접 기르면서 보니, 순하고 먹이를 특별히 가리지 않고, 사람을 잘 따르고, 수질 오염에 강하고 건강한, 멋진 관상어로서의 가능성도 엿보였습니다. 사람들이 잡아서 데려오면서 우리 하천에서 그들의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은 오히려 기쁜 일이고, 처치 곤란할 때 원래 장소에 방류할 필요도 없고, 방류해서도 안되니 편리하기도 하구요. 일반에도 매력적인 어종으로 소개하면서 방류는 절대 안된다는 홍보를 하면 우리 하천에서 그들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구요.

 2007년 여름에 잡은 블루길의 사육 과정을 담아보았습니다.

2007. 07,14


 채집 당시의 모습입니다. 저는 그 때는 처음 본 거였는데 생각보다 귀엽고 예쁜 모습에 신기해서 데리고 왔습니다. 당일 잡아서 데려온 애들은 대부분이 지느러미가 녹아있었는데 운반 과정 중에 안그래도 더러운 한강물이 급격하게 변해서 그랬던 것 같았습니다.
 물도 더럽고 찜찜해서 채집하면서 촬영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2007, 07, 25

 11일 후입니다. 꼬리지느러미가 많이 재생이 되었는데 그 부분은 옅은 푸른빛을 띕니다. 정지유영을 즐겨하고 사람을 그리 겁먹지 않습니다. 일반 시클리드 어종들과 비슷해보이는 습성을 보입니다.


 같은 날 사진입니다. 데려온 녀석들 중 가장 빨리 적응한 녀석이었습니다. 붕어 다음으로 빨리 사료 순치가 되었습니다.


 역시 같은 날 사진입니다. 눈에 촛점이 안맞아 아쉬운 사진이네요. 당시에 급여하는 사료가 아주 다양했는데 육식어용 사료인 테트라 비트만 주로 먹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07,08,03

 그보다 8일 후입니다. 지느러미가 거의 다 자랐고 굳어가고 있습니다. 역광 상황이라 몸이 비쳐보이게 촬영됬는데 색소가 세로 줄무늬 모양으로 침착되고 있고 아가미에 금속 광택의 색상이 있는 것이 보입니다.

2007,08,10

 다시 7일 후입니다. 성장이 아주 빠릅니다. 아주 밥을 많이 먹는데, 소화기관도 비대해진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입이 커서 제 몸에 비해 큰 먹이를 삼킵니다. 사납지는 않고 순해서 자신보다 작은 흰줄납줄개 수컷에게도 쫓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데 색소 침착이 많이 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07,08,26

 개강하고 바빠서 사진을 많이 못찍고 16일 후의 모습입니다. 그 사이에 푸르스름한 발색도 보여주고 검은색 줄무늬가 확연해져서 성어의 형질을 거의 갖추었습니다.

2007,09,15

 긴 시험기간을 지나서 20일 후입니다. 3급수에서도 꿋꿋이 버티는 어종들이라 관리도 잘 못하고 밥만 많이 주었는데도 모두 버텨주었습니다. 벌써 4cm 정도의 크기입니다. 체고도 보다 높아지고 균형잡힌 발색과 체형을 갖추었습니다.


 아직은 사나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주둥이 입구는 그리 넓지 않은데 구강이 아주 커서 아주 많은 양의 먹이를 입에 품을 수 있습니다. 흰줄납줄개 수컷이 크기에서 많이 밀리니 서로 무시하고 지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매우 약한 플래쉬 발광에 긴 노출을 주어 디테일을 살려본 사진입니다.

 수초 밑을 조용히 유영하는 모습입니다. 팔당호, 충주호 등에서도 이들이 이런 모습으로 우리 강을 점점 잠식해가고 있을까요?

2007,10,22

 블루길을 기르면서 서서히 실망해가기 시작한 때입니다. 저서 어종 때문에 먹이를 아주 많이 급여한 것도 있지만 빠른 유영 능력과 탐식성 때문에 성장속도가 엄청났습니다. 이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크기가 6cm를 넘어가기 시작하는 때였는데, 서서히 공격성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강한 공격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고 서로 무시하다가도 자기보다 작은 흰줄납줄개에게 아주 가끔씩 쫓기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유독 붕어에게는 아주 날카로운 공격을 보입니다. 유독 붕어는 작은 흰줄납줄개에게도 공격을 당하는데 덩치는 제일 크면서 아주 유순한 성격을 가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붕어가 성장도 잘하고 특별히 부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왠만하면 봐주려고 했었지만 결정적으로 못참아줄 버릇이 사료를 입으로 가루로 만들어서 뱉어버리는 버릇이었습니다. 몇 개만 그런 식으로해도 어항 전체가 붉은 색 사료 가루가 날리는데 수질오염이 심각해지고 관리가 거의 불가능해지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다시 놓아줄 수는 없고, 분양해 드릴 분도 없지만 분양할 경우 재방류의 위험도 있고 결국은 데려온 저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안락사를 결심했습니다. 특정 약품을 구하거나 하기는 힘들고 어둠 속에서는 잠드는 물고기의 특성도 있고 저온에서 죽이는게 덜 고통스럽다고 생각하고 냉동실을 활용해 동사시켰습니다. 얼음 속에 갖혀있는 녀석의 모습이 어찌나 가슴 아프던지요. 이 땅에 사는 그들을 모두 한 번에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마법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땅에 원치 않게 와서 많은 분들께 수 많은 미움을 받은 녀석들이지만, 이 녀석에게는 기르면서 든 정이 많아서 죄 없이 죽어간 걸 생각하면 지금도 정말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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