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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Life>/Miscellaneous

이어폰 - Shure E1C

 제가 수능 공부를 하던 시절. 공부는 하기 싫고 해서 게임이나 음악 같은데 많이 빠지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당시 포터블 음향기기 커뮤니티로서는 가장 크고 방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던 시디피코리아(현재 이름 Seeko: http://www.cdpkorea.com/)에 매일같이 들락날락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몇 푼 안되는 용돈을 쪼개서 각종 이어폰을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2003년으로 벌써 7년이 지났네요.

 당시에는 본좌급 이어폰으로 er4p, er4s와 e5c가 군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간다리로 er6, e1c,a8 같은 것들이 있었죠. 당시 한 달 2만원 정도의 용돈을 받던 저로서는 이런 것들은 정말 무리였는데도 불구하고, 밥을 굶어가면서 돈을 모아서 중저가, 고가 가리지 않고 사서 들어보고 음색을 느끼고 맘에 안 들면 책상 서랍에 내팽겨쳐두곤 했습니다.

 대학교 입학 후, 완전히 관심을 끊고 가격 대 성능비 지존이며 내구성도 좋은 mx500, mx300만 돌려가면서 쓰다가, 핸드폰 번들 이어폰이나 쓰고 그러면서 살곤 했는데...

 다시 큰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다보니 또 음악에 관심이 생기고 이전 이어폰들을 들쳐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 올라올 녀석은 Shure E1C입니다. 요새 씨코 눈팅해보니 E1C가 단종되면서 주가가 많이 상승했더군요.



 원래 평소에 박스나 설명서는 절대 버리지 않는 성격이라 모든게 그대로 있더군요. 박스에는 E1이라고 써 있는데, 실제로 E1을 샀었다가 1년 되어갈 때 쯤 단선이 되어서 E1C로 보상판매를 받았습니다.



 당시 194,000\이었던 녀석 치곤 상당히 허접한 케이스와 내부 구성물입니다. 당시 E1C에 들어있던 슬리브들은 오래 쓰기는 무리가 있는 녀석들이었기 떄문에 er4용 트리플 슬리브를 사서 2단으로 개조해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살 때 준 슬리브들은 모두 저렇게 봉인...



 평소에는 더블 슬리브를 쓰지만 누렇게 변색된 몰골이 참 말이 아니라서 임시로 폼 슬리브를 꽃고 캐링 케이스와 함께 촬영해 보았습니다. 사실 생김새가 저렇다보니, 보청기나 싸구려로 취급받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직 이어폰에 돈 투자하는 것을 이해를 못하기 때문에... 친하지도 않은 주변 사람들이 물어보면 3천원짜리 이어폰이다~, 뽑기로 뽑은 이어폰이다~, 내가 만든 이어폰이다~ 이런 식으로 대충 얼버무리곤 했는데 그 말들을 다들 믿는 눈치였을 정도의 생김새였습니다. 하지만 무척 가볍고 작아서 실제로 보면 보기보단 귀엽습니다.



 5년 이상 봉인되어 있던 녀석이라 아마 우리 나라에서 best 10위안에 드는 보관 상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ㅎ 붉은 색은 우측, 파란 색은 좌측이라는 표시인데 쓰다보면 저게 지워지기 때문에,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뒀었군요.

 실제로 들어보면 모니터링 용 이어폰이기 때문에 음색은 건조한 가운데 낮게 울리는 저음이 조금 강조되어 있습니다. 해상력은 무척이나 뛰어나 세밀한 음의 차이나 떨림까지 들을 수 있구요. 저음이 울리긴 하지만 통통 튀는 듯 단단하고, 고음이 묻히지 않고 적당히 뻗어주기 때문에 답답한 느낌은 없습니다.


 다음은 착용샷입니다.






 원래 음향기기, 모니터링 용 등으로 사용되는 이어폰이라 이렇게 방송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생긴게 같은 쌍둥이 이어폰 um1이라는 녀석도 있긴 한데, 당시에는 ultimate ears가 우리 나라에서 전혀 유명하지 않던 시절이라, 저렇게 생긴 이어폰은 대부분 e1이라고 봐도 될 겁니다. 사실 서태지가 쓰기로 무척 유명한 이어폰인데, 예전에 씨코에서는 서태지 씨가 착용한 사진을 본 것 같은데 지금은 막상 찾으려니 못 찾겠더군요.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로 부러워하지 않는, 레어 아이템의 대놓고 자랑글이었습니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