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전북 부안의 변산반도에서 조간대 탐어를 즐긴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바닷물고기에 갑자기 흥미가 생겨서 여러 권의 도감을 샀습니다. 근데 민물고기에 비해 엄청나게 방대하고 다양하고 생소한 종에 실제 접하기 힘든 종들이 대부분이라서 그 모두가 제 흥미를 끌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아주 유익한 책이 한 권 있었으니...
바로 이 책입니다. 핸드북 사이즈로 나와서 아주 크기가 작아서 휴대가 간편하다는 점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내용이지요. 수 많은 바닷물고기 중 한국에서 식용으로 사용하는 물고기의 대부분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어류 자체에 대한 소개는 비교적 간략한 편이지만 해당 물고기의 이용법 등이 나오고, 식용으로 유명한 종의 경우 한 페이지를 따로 할애해서 그 요리와 이용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정말 먹고 싶어지는 물고기가 정말 많은데요. 그 중에서 가장 먹고 싶어지는 물고기는 '꼼치'라는 녀석이었습니다.
(비교적 좋은 이미지와 함께 꼼치를 소개하고 있는 블로그를 링크합니다. http://blog.naver.com/seongsukim/50039157716)
꼼치라는 표준어보다는 곰치, 물메기 등으로 불리우는 이 어종은 서해안, 동해안에 비슷하지만 다른 여러 종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해안에서는 물메기탕, 동해안에서는 물곰탕이라고 다른 이름으로 다른 조리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겨울이 제철이고 탕을 좋아하는 미식가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저는 미식가가 아니라서인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처음들어보는 이 종과 요리에 대한 설명은 저로 하여금 인천까지 절 움직이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검색을 통해서는 서해안보다는 동해안 속초 쪽의 요리가 많이 소개되고 있었지만 인천 연안부두 쪽에서 맛있게 하는 집들이 여러 곳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동인천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한 후 서쪽으로 걸어가면 12번 버스를 타고 인천 연안부두까지 갈 수 있습니다. 인천 버스는 경기도와 달리 아직 환승이 안되더군요.
대부분의 블로그에서 찾아가는 법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지 않아 걱정을 했는데 연안파출소 바로 오른쪽에 이 건물이 있습니다. 이 건물에 있는 음식점 중 아주 여러 곳이 인터넷에 소개되어 있을만큼 맛있는 집들이 아주 많이 포진되어 있는 곳입니다. 이 건물에서는 2층에 있는 음식점이라면 아무데나 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상세한 위치입니다. 벤댕이 회무침이 드시고 싶으시거나 서대지리, 물메기탕 종류를 드시고 싶으시면 이곳으로 오시면 되겠습니다.
원래 가고자 했던 곳은 1인분 지리를 파는 정면의 충무식당이었는데 휴무중이었습니다. 토요일 점심시간 대에 휴무라니... 어찌되었든 목표는 물메기고 했는데 마침 각종 블로그에 많이 소개되었던 다복집에서 겨울철 한정으로 물메기탕을 한다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 바로 이 곳으로 결정했지요.
메뉴판입니다. 가격은 생각보단 싸지 않습니다. 이곳은 원래는 밴댕이회무침이 아주 유명하다고 합니다. 전 밴댕이회무침, 모듬회, 물메기탕 모두가 먹고 싶었는데 둘이서 먹을 수 있게 시킬 방법이 없더군요. 일단 탕으로 시키면 왠지 묵은 김치를 넣는다든가 해서 맵게 나올 것 같아서 맑은 국물에 식재료 맛 자체를 느낄 수 있는 지리탕으로 시키는게 좋겠다는 생각에 물메기지리로 小짜로 시켰습니다. 그리고 식사 2개(따로 천원씩)를 시켜보고 먹고나서 배가 남으면 밴댕이회무침을 시키기로 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양이 무지하게 많네요. 비교적 평범한 반찬들이지만 저 게장은 맛있었습니다. 꽃게가 아니고 다른 종인 것 같더군요. 다른 블로그에서도 밑반찬이지만 저 게장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한 곳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위의 메뉴판 사진을 보면 따로 판매도 하지요.
둘이 먹기에는 이것만 가지고도 양이 충분한데요.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 메뉴입니다.
바로 이것은 나중에 시킬까 하던 밴댕이회무침이었습니다. 물론 밴댕이회무침을 시키면 비벼먹을 수 있게 상추와 김, 밥이 나오긴 하지만 탕과 함께 나온 이 회무침으로도 전혀 아쉬울 게 없더군요. 서울에서 먹은 냉동회무침이나 회덮밥과는 차원이 다른 맛입니다. 고소하면서도 매콤한게 아주 밥도둑입니다.
게다가 리필도 가능합니다.
먹으면서 잠시 기다리자 물메기지리탕이 등장했습니다. 2인분이 없어서 小짜를 시킨건데 양이 엄청나더군요. 다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꼼치와 함께 통파, 무, 다시마만이 들어있습니다. 아주 깔끔하지요.
접시에 덜었습니다. 사진빨을 잘받거나 눈으로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고 예쁜 모습은 아닙니다.
식용 바닷물고기 책을 통해 이생선이 물컹거리고 흐물거리는 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 정도가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순두부의 그것을 능가합니다. 이것보다 소화가 잘 되는 생선이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 아마 다른 생선들은 먹고나서 위를 통과해도 저거보다 부드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국물맛도 아주 시원하고 얼큰하게 맛있습니다. 자극적인 맛도 없어서 위에 부담을 거의 안줄 것 같은 느낌이라 해장용으로는 최고의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먹는데 필요한 것은 숟가락과 훅훅 빨아먹을 준비만 있으면 됩니다.
먹다말고 찍은거라 지져분해 보이지만 이 정도로 부드럽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
먹던 도중 남긴 뼈를 찍어보았습니다. 뼈 사이사이의 살까지 먹으려면 손으로 집거나 젓가락질을 해야해서 귀찮을 것 같지만 이것은 그냥 입에 넣고 후루룩 빨고 뼈를 뱉으면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잘 먹을 수 있었지요.
후문으로 나오니 이런 광경이 펼쳐집니다. 왼쪽으로 배가 많이 정박해 있는데 그쪽이 연안부두입니다. 자연의 바다와는 또 다른 인천 바다의 묘미라는게 느껴지더군요.
p.s.: 얼마전 네이버 메인에 올라왔던 기사가 제가 먹은 벤댕이에 관한 설명, 그리고 저기 있는 게장(박하지)에 대한 설명이 모두 나와있는 매우 유익한 자료가 있어 추가로 링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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