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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Fishing

[한강]남양주시 왕숙천 답사 (2008,08,01)

 방학 시작하고 매일 새벽 4~5시에 자다가 어제는 오랜만에 밤 10시에 취침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날씨도 보고 하다보니 오늘 밤부터 집중호우가 쏟아진다는 무시무시한 예보가 있더군요. 거기에 카페에서 탐어기를 읽어보니 안빠져 죽으면서 고기를 잡을 수는 있는 정도의 수량이다 싶어 충동적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수술부위에 물이 묻으면 안되기도 하지만 걸어다닐 때마다 아파서 제대로 된 탐어를 할 생각은 못하고 물가에서 족대질만 찌그려보고(?) 오기로 하고 출발했습니다. 탐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답사 정도로 보면 적당할 것 같네요. 가서 8종만 겨우 보고 사진 찍은건 5종이 다네요. 피라미, 참마자, 긴몰개, 왜매치, 돌고기, 참붕어, 얼룩동사리, 참종개를 보았습니다.

 이번에 제가 정한 장소는 제가 가장 많이 탐어를 다녔던 장소이고 10년만에 처음 가는 왕숙천 중류입니다. 바로 근처에 밭이 있어서 주말마다 고구마, 고추, 옥수수 등도 따던 추억과 함께 아련히 남아있는 곳인데요. 사진의 보 위에서는 정말 다양한 어종을 잡은 기억이 있습니다. 떡납줄갱이, 각시붕어, 흰줄납줄개, 피라미, 참마자, 돌고기, 끄리, 붕어, 잉어, 메기, 동자개, 중고기, 얼룩동사리, 모래무지 등등...

 오늘은 그런 녀석들까지 잡으러 장마철 보 위를 다니는 위험한 짓은 자제하기로 했구요. 카메라들고 저 보를 건너기도 찜찜하고 해서... 고요한 곳에서 치어들이나 떠보고 줄새우나 납씨 어종이 있으면 좀 데려오려는 요량으로 가보았습니다.



 10년 전과 보 자체는 변한게 없지만 주변 풍광은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나무도 엄청 자라고 풀과 뻘 때문에 접근이 더욱 힘들어져 있었지요. 물도 탁하고 주변에 축사가 많아서 분변 냄새도 꽤나 나는 곳입니다. 처음에는 옛날에 내가 어떻게 여기서 고기잡이를 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주위에 있는 왕숙천에 합수되는 지류. 버들치, 피라미, 미꾸리, 참종개가 관찰되던 곳입니다. 오늘은 피라미와 참종개만 관찰했습니다. 참종개는 3~4cm가량의 치어가 꽤 많았는데 족대로 채집이 불가능하더군요. 족대와 새우망, 다리를 씻기 위해 미리 점지해둔 곳입니다.



 아래 여울 가장자리의 유속이 약한 곳을 탐색해 보았습니다. 물살이 무섭기도 하거니와 수심이 깊은 곳이 많은 것을 알기 때문에 가장자리에서 소심하게 족대질을 했습니다. 수초 지대에서는 갈색 덩어리와 물컹미끈거리는 괴물체들이 많았습니다. 다른 곳의 갈색 물체에서는 이끼 냄새만 나는데 이곳에서는 배설물의 냄새가... 찜찜함의 극치를 달리더군요. 본류 자체는 맑아보입니다만, 장마철의 일시적인 현상인 것 같습니다.



  유제품은 어쩔 수 없이 보존성 때문에 수도권 근처에서 생산할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그 때문에 남양주시 왕숙천 유역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는 축사들에 의한 오염은 개선될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처리를 잘 한다고 해도 빗물에 땅이 아예 안 젖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장마철이라 이 정도면 맑은 편이라 감지덕지 입니다. 조류가 안 붙은 바닥을 볼 수 있다는게 어딘지...



 하지만 무시무시한 물살 때문에 족대질은 물 속을 허우적 거리는 수준이었고, 그나마 오래 있지도 못했습니다. 이 때는 수술을 받고 회복기였던지라...



 우연한 족대질에 들어온 얼룩동사리. 눈으로 보고 잡으면 쉽지만 눈으로 보지 않아도 도망을 잘 가지 않는 종이라 잡기가 쉽지요.



 물고기나 수서곤충들에게는 무시무시하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앙증맞은 이빨이 보입니다.



 얼룩동사리와 동사리의 구분법에는 체고와 등무늬 등 다양한 것이 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얼룩동사리는 유난히 배가 빵빵한 녀석이 많다는 것도 뽑을 수 있습니다. 사냥능력이 뛰어난건지 포식성이 동사리보다 강한건지? 아니면 그냥 뚱보??



 왕숙천에서도 돌을 들추니 어김없이 나와줍니다. 돌고기. 한강에서도 그랬지만 더러운 곳에 사는 돌고기를 보면 왠지 측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아이들은 아주 청정구역에 살고 있는데...



 몰개류 치어. 사진으로 옆줄 위 비늘 수를 세보니 긴몰개로 동정됩니다.



 이 녀석도 긴몰개인 듯 합니다. 옛날에는 분명히 보지 못했던 녀석들인데, 채집 방법의 문제였는지, 동정 능력의 문제였는지, 환경 변화로 인한 건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확인 방법이 없네요.



 참붕어 치어. 은은하게 노란 빛을 띄고 있습니다. 물가의 얕은 곳의 바닥 근처를 유영하고 있습니다.



  참마자 치어입니다. 아주 다수가 나왔습니다.


 예상 밖으로 매우 흔한 일반종인 참마자... 성어는 족대로 잡기가 쉽지 않네요.  대충 바닥 흝고 들면 이 녀석들이 10마리 이상씩은 나옵니다. 현장에서 동정하기 힘들고 누치가 있을지 모른다 싶어 무작위로 몇 마리 찍어 왔는데 전부 참마자네요.



 아주 어린 얼룩동사리 치어. 2cm 정도 밖에 안되는 녀석인데 이런 녀석조차도 몸집이 대단하죠.



 왜매치 치어도 아주 흔했지만 사진은 찍지 못했습니다. 비가 온다 그래서 굉장히 서둘렀는데 계속 흐리기만하고 비는 오지 않더군요. 여울 가장자리에서 잡은 줄새우 한 마리를 놓쳐서 보 위도 가봤다가 다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서 보 위에서 수초 지대를 몇 분 쯤 뒤적거렸습니다. 주변이 깊어서 기대하던 각시붕어, 흰줄납줄개, 떡납줄갱이 채집은 포기하고 줄새우 한 마리가 나와줘서 얼른 철수하면서 검정말, 붕어마름 몇 촉 채집해왔습니다.



 하도 지저분해서 그 근처에서 카메라 만질 엄두는 도저히 안나서 사진은 못찍었고 입수 후에 찍은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