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날씨는 정말 맑고 기온이 엄청 덥습니다. 방학이라 전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다가, 더운 집구석에서 맨날 카오스만 하고 있기에는 청춘이(?) 아까워서 무작정 1시에 짐을 싸고 떠났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원래 목표는 구운천이었지요. 동부시장 앞에서 330-1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등장하시는 1330-4번 버스를 보고 시간 따윈 아예 잊어버리고 무작정 탑승했습니다. 올라가면서 끊임없는 고민을 했습니다.
북한강과 조종천 합수처에서 북한강가에도 족대를 좀 대볼까?
한 번도 안가봤지만 한강에서 소상한 어종이 보일 수 있는 청명 유원지?
자주 갔었던 안전빵 청평 검문소?
규모가 작고 어종이 다양하지 않아 보여서 항상 무시하고 지나갔었던 상천천?
최근 알아낸 미유기 서식처?
그리고 어느덧 저는 상천천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상천천은 조종천의 가장 마지막 지류 중 하나입니다. 물은 아주 맑은 편이었고, 평일이지만 행락객이 보였습니다.
근처에서 주민으로 보이는 한 분이 우렁이와 다슬기를 줍고 계시더군요. 논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수되는 곳에서 족대질을 했습니다. 몰개류가 나오네요.
(위 사진은 여러번 족대질 결과를 모아서 찍은 사진입니다. 수초 지대에서 족대질하면 엄청난 풀 찌꺼기가 같이 들어오지요.)
현장에서는 허리 아프고 물고기 오래 들고 있기 미안해서 보지 않았고 사진을 찍어서 가져왔습니다. 제 허접한 동정 실력으로는 이 녀석들은 긴몰개가 아니라 몰개로 보입니다. 사진은 잘 나왔는데도 동정이 안되니 답이 없네요. ㅠ (지금 보니 긴몰개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채집 후 찍은 사진보다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서 이곳 지형을 잘 알고 나서 카메라를 들고 물에 안 빠뜨리게 조심스럽게 들어갔습니다. 돌 바닥을 찍어본 사진입니다. 참종개와 돌마자가 보입니다.
족대질에 빠져 있는데 근처에 계시던 분께서 구경하다가 '젊은이! 여기 큰 쏘가리 있다'하고 소리치십니다. 이렇게 작은 하천에 쏘가리가? 하면서 접근해보니 뭔가 큰 녀석이 있긴 있습니다. '아저씨 여기 사는 녀석은 아마 꺽지일거예요' 하고 설명드렸지만 꺽지는 이런데 안산다고 하십니다. 반신반의 하면서도 난생 처음 쏘가리 잡아보나 하는 생각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돌에 족대를 대 보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것은 물론, 도망가는 모습조차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낭패가...
이후 그 근처에서 아무 생각 없이 족대질 하다 보니 나온 대형 꺽지가 나왔습니다. 갈 때마다 대형 꺽지 한 마리 씩은 보고 오는데 볼 때마다 정말 반갑고 기분이 좋습니다. 아까 전에 쏘가리로 오인하신 그 녀석이 바로 이 녀석이라고 생각됩니다. 잡으려고 기를 쓰고 욕심부리면서 달려들면 안잡히던 녀석이 아무 생각 없이 족대질 하니 잡히네요.
이 녀석과 함께 10cm 정도의 성어 밀어가 잡혔는데 손 위에 올리고 사진 찍으려니 펄쩍 뛰어서 물 속으로 갔습니다. 2년 만에 잡은 성어 밀어였는데... ㅠㅠ
그냥 돌아다니면서 물 속을 보기만 해도 정말 많이 보이던 참종개. 굳이 잡으려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진 한 장 안 찍으면 섭하기 때문에 한 마리만 잡아서 촬영했습니다.
납자루 종류의 어종을 보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았습니다. 모래 바닥에 수생식물이 무성한 곳입니다.
돌마자는 간혹 보이는데 혼인색을 띈 수컷도 많이 보였습니다. 수컷들은 위에서 보면 아주 새까맣더군요. 언뜻보면 동사리로 보일 정도로... 이 녀석은 족대로 조심스럽게 감싸고 있는데 갑자기 스스로 족대 안으로 들어오더군요. 눈으로 본 목표물 중 가장 성공률이 높은 녀석이 이 녀석인 것 같습니다.
멋진 배경에 찍어보려고 다시 한 번 촬영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오랜만에 보는 돌마자입니다. 어째서인지 채도가 아주 강한 사진이 나왔습니다. 역시 맑은 날의 위력은 대단하군요.
참갈겨니도 구지 잡으려고 한 어종은 아니었지만 사진 한 장 안찍으면 섭해서 한 마리만 촬영해보았습니다. 제작년만 해도 갈겨니 잡아보는게 평생 소원이었는데... 맑은 곳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개발에 따라 피라미에게 점차 밀려난 이 녀석들의 소중함을 저는 벌써 잊어가나 봅니다.
쉬리가 보여서 쫓아가니까 돌 밑에 숨더군요. 그 돌을 들추니 쉬리는 안나오고 귀여운 꺽지가 나왔습니다. 무슨 시클리드니 뭐니 하는 녀석들보다 전 꺽지가 더 아름답고 멋지다고 느낍니다.
2일 후, 이곳에 다시 찾았을 때는 새코미꾸리, 동사리, 20cm 쯤 되는 배스를 보았습니다.
여울근처로 이동했습니다. 이 땐 쉬리를 잡아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똘똘 뭉쳐있었지요.
돌 밑에서 나온 돌고기. 제일 예쁜 크기일 때이네요.
구운천에서는 돌만 뒤지면 쉬리가 잘 나왔는데 여기서는 눈에 보이는 큼직한 쉬리들은 있는데 여간 잡히지가 않습니다. 위 사진처럼 물이 쏟아지는 여울에 사나 하고 거기서 족대질을 해보려 하는데 족대를 물 속에 대고 서있기도 힘듭니다. 대체 강한 여울에서 족대질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ㄷㄷ
아무튼 '여기 사는 쉬리는 돌 밑에 안 숨나?' 하고 더러운 곳에서 채집하듯이 그냥 바닥을 쭈욱 흝으면서 이동해 보았습니다. 물살 때문에 걸어가는 것의 반도 안되는 속력으로 이동했는데 이래 가지고는 물고기 시체도 안들어오겠다 싶더군요. 근데 갑자기 족대 쪽으로 뭔가가 쏜쌀같이 들어옵니다. '응??'하면서 잽싸게 드니까 참마자 3마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눈으로 10~15cm가량의 참마자는 많이 보았지만 보고 쫓아가면 저 멀리 도망가버리는 녀석들이 왜 이곳에서는 알아서 들어와줬는지...;
이후 쉬리 채집을 위해 5분쯤 더 왔다갔다 했지만 낭패. '난 꼭 참마자를 보고야 말겠어'하고 기를 쓰고 달려들면 절대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던 녀석들이 쉬리 잡으려다가 자포자기 성으로 해본 족대질에 들어옵니다. 참 묘하네요.
정신없이 탐어하는데 어린이 2명을 데려오신 어떤 아저씨가 보트를 타고 지나가다가 갑자기 '와 물고기 많이 들어갔다'라고 하시더군요.
'아 참! 나 어항 설치했었지?'
이런 생각을 하며 가서 설치한 지 2시간만에 들어올려 보았습니다.
푸드덕 푸드덕...
어포기에 모래무지도 들어오는군요. 정말 의외의 만남이었습니다. 게다가 몇 십분 전, 족대로 겨우 한 마리 채집하고 카메라 쪽으로 걸어오다가 놓쳤었기 때문에 더욱 반가웠지요.
그리고 같이 들어있던 돌고기들. 참갈겨니나 피라미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사진 찍고 있는데 한 두마리씩 계속 점프해서 탈출...
마지막 남은 한 녀석은 예쁘게 한 번 찍어보았습니다. 비록 예쁜 녀석은 아니지만요. 크기가 큰데도 지느러미가 아주 붉은색이었습니다. 돌고기도 혹시 혼인색을 띄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개체간 차이인지 궁금해집니다.
이 장소는 원래 참갈겨니 외에 다른 어종을 보기 힘들었던 곳입니다. 채집을 마치고 여기저기 풍경과 채집지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만 들고 조심스럽게 왔지요.
하지만 풍경을 찍고 있었더니 경계를 풀고 제 다리 근처로 접근하는 수 많은 녀석들 중에 좀 다른 녀석들이 보이는데... 분명한 납씨 종류의 어종이었습니다. 떼지어 다니는 형태도 참갈겨니와 다르게 매우 밀집해 있더군요. '줄납자루? 납자루?' 의문은 생기지만 손에는 카메라만 있고... 족대를 들고 왔을 때는 아무리 봐도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카메라를 들고 오니 모습을 보이는 녀석들을 보니 약이 오르더군요. 그래서 다시 족대를 가지러 갔다가 왔는데, 그땐 또 전혀 보이지 않고 참갈겨니만 나왔습니다. 역시 욕심을 버려야 녀석들이 와 주는 것일까요. 족대의 그 모습과 소리가 녀석들에게 각인이 된 것일까요...
동영상에서는 그들이 납자루과 정도인지만 간단히 추측할 수 있는 정도지만 고요한 중에 보에서 쏟아지는 물소리, 그리고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려 마치 제가 그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플레이 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동영상입니다.
바로 옆의 논입니다. 전 한 여름에 논에서 나는 냄새를 정말 좋아합니다. 향긋하지는 않지만 뭔가 아련한 느낌이랄까요. 너무나 예쁜 초록색 논, 그 위를 한가로이 날아다니는 된장잠자리들, 논두렁에 앉아있다가 접근하는 된장잠자리를 위협하는 밀잠자리. 근처 풀에서 나는 쌕쌔기들의 울음소리. 아무 생각없이 지나치면 단순한 논가의 길에 불과하지만 도심의 삶에 지친 때에는 이런 사소한 것들이 제겐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근처에 있던 계곡입니다. 들어가보았는데 물이 너무 차가워서 오래 있기 힘들 정도였고, 물고기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족대질 결과도 전혀 꽝. 여기서도 역시 욕심을 버려야???????? (2일 후 버들치 채집) 물에서 나와서 산에 들어가니 엄청난 파리때가 절 쫓아옵니다. 수십마리가 얼굴과 손, 겨드랑이(?)를 집중공격합니다. 안경과 카메라 렌즈에도 앉고 심지어 콧구멍으로도 들어옵니다. 사진 촬영하면 10장 중 8장은 파리가 렌즈 위에 앉아있습니다.
'나한테서 그렇게 좋은 냄새가 나냐 이놈들아' 하면서 뛰어 내려가도 끝까지 쫓아옵니다. 결국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버스정류장까지 갔지요. 컵라면과 삼각김밥 집어먹는 도중에 버스는 지나가고... 결국 1시간을 기다려서 다음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다음 번에는 반드시 아무 욕심 없이 탐어를 떠나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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