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녀온 곳은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입니다. 평야가 펼쳐진 여느 서해안과 달리 동해안과도 같이 높은 산과 바위 등이 많아 특이한 식생과 생물상을 가진 곳으로 변산반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곳이며, 많은 피서객을 여름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친척의 지인들 덕분에 변산 대x 리조트의 호텔층에서 숙박을 해결할 수 있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되었고 그 덕분에 어머님과 이모들이 외할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 살짝 꼽사리를 끼게 되었습니다. 이모들끼리 가는 여행이라 걱정이 되었는데 오히려 남자가 끼어 든든하다고 하시니 안심하고 가서 개인행동을 해도 되겠다 싶어 떠나게 되었습니다. 편하게 숙박도 해결하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볼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겠지요.
비가 온다는 예보, 남부지방에 열대성 저기압이 온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금요일 광복절로 인해 많은 피서객이 떠나는 바람에 도착까지 12시간이 걸렸습니다.
숙소는 전망이 아주 좋은 편이었습니다. 바닷가에 이렇게 풀장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바닷가에까지 와서 풀장을 가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또 이런 곳까지 와서 뜰채질이나 하는 제가 이상하게 생각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도착하고 밥먹으로 나와서 본 격포항의 모습입니다. 규모는 크지 않았고 근처의 수산시장도 소규모였습니다. 근처에 상두동천이라고 하는 소하천이 합류된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왔는데, 상류가 종암방죽이라는 유명한 낚시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초등학생들 미술 시간에 뽁뽁이 물통에 들어있는 검붉은? 자줏빛 액체를 보는 듯 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최악의 저질하천을 보고 민물에 들어가는 것은 바로 포기하고 말았죠.
잠시 바닷가에 놀러 와서 뜰채질을 해 보았습니다. 우연히 채집한 볼락과 어종입니다. 당시에는 전혀 동정 능력이 없었고 사진만 최대한 많이 찍어오자는 게 목적이었는데, 물고기 카페에 와서 동정을 부탁드리니 황해볼락, 조피볼락 등 엇갈린 결과가 나옵니다.
결국 교학사의 '한국의 바닷물고기' 도감을 구입했고, 황해볼락 신종 발표 논문까지 제공해 주신 생물학도님의 동정, 그리고 뺨에 있는 무늬와 서식 밀도 등을 파악해 볼 때 개인적으로는 조피볼락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조피볼락은 이른바 우럭으로 불리는 어종이기도 하고, 이 어종은 아주 맛이 좋기 때문에 인기도 많고, 매번 인공 종묘 방류 등으로 아주 많은 수가 황해안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8월 15일의 탐어는 예상보다 늦게 도착하고 비가 오는 악천후 탓에 이대로 숙소에 돌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숙소에서는 전북지역에 폭우가 쏟아질거란 기상 예보를 들을 수 있어 더욱 우울하게 잠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잠을 적당히 자고 6시에 일어나니 서해안부터 갠다는 예보가 맞아 떨어짐을 확인했습니다. 맑아지는 하늘을 보니 기분이 설레더군요.
얼른 컵라면 하나 뚝딱 해치우고 숙소를 나섰습니다. 이모와 어머님은 잠시 쉬고 계시는 동안 빠르게 시간을 확보해서 탐어 시간을 늘리고자 하는 전략입니다.
격포 해수욕장의 전경입니다. 숙소에서는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 최적의 탐어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운데 보이는 등대와 방파제는 남쪽의 격포항 쪽을 바라본 것이고, 왼쪽의 바위벽은 채석강으로 보이는 절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접근해 보았습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아주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미리 썰물 시간 대를 정확히 파악해 두었기에 이렇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은 시간은 7시 반, 완전히 물이 빠지는 시간은 9시 24분으로 여유가 있습니다.
멋진 채석강의 풍경입니다. 전날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에 위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물이 은은한 폭포와도 같아 더욱 멋있습니다. 변산반도 국립공원 전체가 저런 퇴적층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어떤 지각 변동으로 인해 바닷속에 있던 지층이 드러난 것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숙소 쪽을 향해 찍어 보았습니다. 멀리 대명 리조트 숙소가 보입니다. 그 앞의 조간대의 바위에서는 저렇게 수 많은 웅덩이를 볼 수 있는데 저런 웅덩이 하나하나에 수 많은 생물들이 피신해 있습니다.
밀물 이후 물이 빠지면서 고이는 곳에는 아무래도 더 많은 생물이 높은 밀도로 서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위의 채석강에서 민물이 마구 흘러 내려오고 있었는데, 그 물의 영향을 받는 곳도 있고 또 어떤 곳은 땡볕 아래서 기온과 염분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급격한 환경 변화가 있는 곳에서 서식하는 녀석들은 아무래도 강인한 녀석들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망둑류가 아주 많이 보입니다. 민물두줄망둑과 점망둑이 보입니다. 민물두줄망둑은 지금 시점에서 정확한 동정이 불가능한데, 탐어를 가는 시점에서 두줄망둑과의 구분 포인트를 알아가지 않았고, 사진만으로 그 구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저 지역의 조간대에서는 민물두줄망둑이 보인다고 관찰하신 생물학도님의 말씀을 빌려 일단 민물두줄망둑으로 동정합니다. 일반적인 두줄망둑 종류는 주황빛 몸 채색에 갈색의 줄무늬를 갖는 경우가 보통이었는데 저 녀석은 보호색 때문인지 특이한 색을 띄고 있습니다.
역시 민물두줄망둑과 점망둑 3개체가 보입니다. 실제 채집한 녀석들 중에서는 점망둑이 흔하게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조간대 웅덩이 사진에는 점망둑이 많이 보이는 걸로 봐서는 촬영 때 눈을 사로잡은 크고 검은 녀석들이 별망둑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생물이 정말 높은 밀도로 서식하고 있습니다. 큼직한 놈들은 모두 별망둑이고, 민물두줄망둑 몇 마리도 보입니다. 사람이 다가가면 빠르게 도망다니지만 좁은 곳이라 멀리는 못가고 숨게 됩니다. 가까이서 조용히 관찰하고 있으면 해조를 입으로 쪼는 등의 행동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망둑류가 텃세가 강한데, 이 녀석들은 바로 근처의 녀석들과도 사이좋게 어울리고 있습니다. 조간대 웅덩이라는 좁은 곳에서 영역 경쟁 따위를 피해아 스스로의 생존률을 강화시키기 때문이겠지요.
민물두줄망둑, 앞동갈베도라치, 게와 말미잘 종류도 보입니다. 모두 이곳에서 가장 흔한 종류입니다.
민물두줄망둑을 가까이서 잡아보았습니다. 밑에 앞동갈베도라치 꼬리도 보이는군요.
역시 민물두줄망둑의 사진입니다. 바로 옆의 구멍이 뽕뽕 뚫린 소라는 집게입니다. 실제 소라나 고둥 종류는 물 밖의 바위에 옹기종기 붙어 밀물을 기다리는 모습이었고, 물 속에 있는 소라는 거의 집게였습니다.
점망둑의 사진입니다. 특이해보여서 찍었는데 역시 점망둑이네요. 이곳에서는 별망둑에 비해 점망둑의 개체 수가 적었습니다.
조간대 웅덩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보았습니다. 비록 해상도는 떨어지지만 그 분위기는 그대로 느낄 수가 있네요.
햇볕이 내려 쬐면서 무지하게 더워지더군요. 바닷물 근처라서 카메라를 맨 상태로 물에 들어갈 수도 없고, 바닷물이 닿았던 부분은 끈적끈적한게 민물 탐어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처음 보는 종이 잡힌다는 기쁨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겠지요.
격포항 방파제입니다. 정말 시원한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근처의 갯바위에서는 낚시는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꽤나 다양한 어종을 낚고 있더군요.
한 번의 뜰채질에 다양한 종이 잡혔습니다. 족대질도 그렇지만 뜰채를 움직여서는 이렇게 잡기가 힘들고 뜰채는 지형상 좁아지는 곳에 세워두고 발로 휘휘 저으면 채집이 아주 쉬웠습니다.
별망둑입니다. 조간대 웅덩이에서 가장 큰 녀석들이었고, 가장 많은 수가 보였습니다.
묘하게 손으로 잡으면 스트레스 때문인지 색상이 아주 진해집니다. 이 녀석들은 몸이 아주 미끈거리는데 염분의 변화에 대한 방어라고 하더라구요.
햇볕 아래서 보다 자연스러운 녀석의 색상이 나왔습니다. 실제 발색은 저 정도 느낌입니다.
역시 많이 보이던 민물두줄망둑입니다.
바닷가에 가까운 지역의 농수로, 하천의 최하류에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곳에서의 채집을 해본 적이 없어 결국 바다에서 처음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점망둑입니다. 채집 당시에는 점망둑과 별망둑을 구분하지 못했는데, 단순히 이 녀석은 색상이 연해서 일단 찍어놓자는 생각이었는데, 그 생각이 적중해서 이렇게 사진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별망둑에 비해 모두 몸 길이가 작습니다. 실제 개체수도 더 적다고 기억되는데, 현장에서 그 둘의 동정을 못했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앞동갈베도라치입니다. 다 크면 6cm 정도이고, 생김새도 특이하고 색상도 아름다운데다가 생활 반경이 좁은 어종이라 관상용 해수어로 적합한 녀석입니다. 이런 치어를 찍을 때만 해도 아무 겁 없이 찍고 있었는데요.
6cm에 근접한 성어입니다. 얼굴과 입 모양이 여느 물고기와는 참 다른 인상을 풍기게 합니다. 백화점에 진열된 HDTV에서 자주 나오는스쿠버 다이빙 영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굴 속에서 얼굴을 내미는 모습이 자주 잡히는 열대 지방의 베도라치들이 있지요. 그런 녀석들 처럼 납작해서 사람, 또는 외계인 비슷해 보이는 얼굴입니다.
촬영 중에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바위벽에 떨어뜨리면 무지 아프겠지요. 하지만 이 녀석이 의도한 일이었습니다.
아주 날카로운 이가 나 있었는데, 이리 저리 돌려보던 중 갑자기 뱀이 물듯이 머리를 확 손가락 쪽으로 내밀면서 물고 펄쩍 뛰더군요. 이 사진은 피를 5번 가량 닦아내고 나서 어느 정도 지혈이 되고 나서 찍은 것인데, 확실히 민물고기들과 달리 만만히 볼 수 없는 게 바닷가 생물인 것 같습니다. 후에 상처 형태가 궁금해서 확인해보니 흉터가 전혀 없더군요.
이렇게 계속 망둑류가 잡힙니다. 마음만 먹으면 수백마리라도 잡을 수 있었겠지만, 계속 보던 놈만 보니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하고, 이제는 다른 녀석들을 보기 위해 움직여보기로 했습니다.
꼬물딱 거리고 있던 미끈망둑입니다. 미꾸라지와 정말 비슷해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수역에서도 발견되므로 민물고기 도감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종입니다.
그물베도라치입니다. 아주 작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찾지 않으면 확인하기 힘든 녀석들입니다. 위 녀석과 함께 2~3cm쯤 되는 개체들로 아주 작은 치어입니다.
입 끝부터 등을 따라 노란 줄무늬가 있습니다. 대형으로 성장하는 종이며, 서해안 물가에서는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기타 생물들을 모아서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둥류 사이에 갯강구가 있습니다. 갯강구는 정말 아주 많은 수가 있었는데, 벌레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접근도 하지 못할 정도의 수였습니다. 고둥류는 밀물을 기다리며 피신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녀석도 간혹 채집되던 새우입니다. 해수 새우이지만 특색있는 점은 보이지 않던 녀석입니다.
바위틈에 있는 게들은 모래 사장의 게들보다 잡기가 쉽지요. 이 개체는 크기가 작아서 별 저항을 못하고 있지만 이보다 큰 개체들은 강인한 집게로 손가락을 확 집어버리고 집게를 끊고 도망을 가더군요. 끊어진 집게는 여전히 적을 물고 있기 때문에 적은 거기에 신경이 집중되게 됩니다. 이 역시 민물에 사는 녀석들과 다른 강인한 모습인데, 실제로 바다에 사는 녀석들은 독, 아주 강한 껍질, 날카로운 무기 등으로 무장을 하고 있는 녀석들이 많이 보입니다. 천적이 아주 많고 고립되지 않은 곳에서 끊임 없이 진화된 결과이겠지요.
위에서 촬영한 그 개체를 놓아주고 찍어보았습니다.
웅덩이에서 꼼짝을 않던 녀석. 붙잡아보니 별 저항을 못하는데, 껍데기가 말랑말랑한게 탈피한지 얼마 안된 모습이었습니다.
특이하던 게입니다. 움직임이 아주 느린데 등에 무언가를 많이 붙이고 있어 적의 시선을 피할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말미잘 종류입니다. 썰물 때 밀물을 기다리며 이렇게 웅크리고 있습니다.
바다의 집게 종류입니다. 한 웅덩이에서 촬영을 위해 대충 모아본 녀석들인데 그 정도로 개체 수가 많습니다. 이 녀석들은 일반적인 사육용의 육지 소라게와 달리 해수어항 시스템에 여과기 등을 모두 장만을 해야 사육이 가능합니다. 섣부르게 귀여운 모습에 반해 집에 데려오면 99% 죽는다고 보면 됩니다.
썰물이 끝나고 다시 밀물이 올라오는데 수면을 떠다니는 수 많은 물고기들이 보였습니다. 중간중간에는 4~20여 마리가 떼를 지어서 수면에서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다니고 있었는데, 이들은 학꽁치로 추측됩니다. 사진에서는 반사광 때문에 잘 잡히지 않았지만 얼핏봐도 수백마리가 전 연안에 걸쳐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점이 두 개 박혀 있고 몸이 통통했기 때문에 복어 종류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30여분을 씨름해봐도 잘 잡히지 않았는데 이들이 2m 정도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는데다가 뜰채를 굉장히 경계했기 때문에 채집이 쉽지 않았습니다. 카메라를 목에 메고 족대도 없이 뜰채로 잡는다는게 무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밀물 때 파도에 정신 못차리는 녀석들을 보고 그걸 이용하기로 했고 결국 채집이 되었습니다.
정말 깜찍한 복섬이었습니다. 바닷물 빛과 비슷해보이려 애쓴 등의 채색, 감출 수 없는 복어의 통통한 몸매, 귀여운 눈과 색상, 앙증맞은 지느러미에 붉은 꼬리지느러미 채색은 마지막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등이 울퉁불퉁합니다.
멍청해 보이는 앞 얼굴. 하지만 복어류는 태초의 물고기와 다르게 크게 진화했고 지능도 더 좋은 편으로 어항에서도 자연에서도 호기심이 많아 보이는 행동을 많이 합니다. 실제로도 육상, 수영 실력과 수 많은 알로 번식을 해내는 녀석들에서, 껍데기나 이 복어처럼 독이라든가 하는 것으로 무장을 하고 체력을 아껴가면서 특이한 전략으로 생활과 번식을 하는 녀석들로 진화의 흐름이 이어져 가지요.
이 녀석은 붙잡아도 절대로 부풀지 않는 녀석이었습니다.
한편 이 녀석은 약간의 자극에 쉽게 부풀어 오르던 녀석입니다. 3 개체를 잡았는데 두 녀석은 이렇게 쉽게 부풀어 올랐고, 너무 오래 자극을 하는 경우에는 물에 풀어주어도 수 분 이상 부푼 상태로 있더군요. 이것이 복어가 스스로 콘트롤이 힘들기 때문인지 큰 위기를 느꼈기 때문에 쉽게 공기를 빼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부풀지 않는 녀석들은 왜 그런 것인지 또한 궁금해집니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입니다.
마지막으로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에서 본 장면. 풍광도 아주 좋았을 뿐더러 정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상쾌한 곳이었습니다.
바닷가에서의 탐어, 그리고 바다 구경과 먹거리 등은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바닷가에 올 일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떠나는 길이 더 쉽지 않더군요.
이번에는 친척의 지인들 덕분에 변산 대x 리조트의 호텔층에서 숙박을 해결할 수 있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되었고 그 덕분에 어머님과 이모들이 외할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 살짝 꼽사리를 끼게 되었습니다. 이모들끼리 가는 여행이라 걱정이 되었는데 오히려 남자가 끼어 든든하다고 하시니 안심하고 가서 개인행동을 해도 되겠다 싶어 떠나게 되었습니다. 편하게 숙박도 해결하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볼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겠지요.
비가 온다는 예보, 남부지방에 열대성 저기압이 온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금요일 광복절로 인해 많은 피서객이 떠나는 바람에 도착까지 12시간이 걸렸습니다.
숙소는 전망이 아주 좋은 편이었습니다. 바닷가에 이렇게 풀장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바닷가에까지 와서 풀장을 가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또 이런 곳까지 와서 뜰채질이나 하는 제가 이상하게 생각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도착하고 밥먹으로 나와서 본 격포항의 모습입니다. 규모는 크지 않았고 근처의 수산시장도 소규모였습니다. 근처에 상두동천이라고 하는 소하천이 합류된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왔는데, 상류가 종암방죽이라는 유명한 낚시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초등학생들 미술 시간에 뽁뽁이 물통에 들어있는 검붉은? 자줏빛 액체를 보는 듯 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최악의 저질하천을 보고 민물에 들어가는 것은 바로 포기하고 말았죠.
잠시 바닷가에 놀러 와서 뜰채질을 해 보았습니다. 우연히 채집한 볼락과 어종입니다. 당시에는 전혀 동정 능력이 없었고 사진만 최대한 많이 찍어오자는 게 목적이었는데, 물고기 카페에 와서 동정을 부탁드리니 황해볼락, 조피볼락 등 엇갈린 결과가 나옵니다.
결국 교학사의 '한국의 바닷물고기' 도감을 구입했고, 황해볼락 신종 발표 논문까지 제공해 주신 생물학도님의 동정, 그리고 뺨에 있는 무늬와 서식 밀도 등을 파악해 볼 때 개인적으로는 조피볼락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조피볼락은 이른바 우럭으로 불리는 어종이기도 하고, 이 어종은 아주 맛이 좋기 때문에 인기도 많고, 매번 인공 종묘 방류 등으로 아주 많은 수가 황해안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8월 15일의 탐어는 예상보다 늦게 도착하고 비가 오는 악천후 탓에 이대로 숙소에 돌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숙소에서는 전북지역에 폭우가 쏟아질거란 기상 예보를 들을 수 있어 더욱 우울하게 잠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잠을 적당히 자고 6시에 일어나니 서해안부터 갠다는 예보가 맞아 떨어짐을 확인했습니다. 맑아지는 하늘을 보니 기분이 설레더군요.
얼른 컵라면 하나 뚝딱 해치우고 숙소를 나섰습니다. 이모와 어머님은 잠시 쉬고 계시는 동안 빠르게 시간을 확보해서 탐어 시간을 늘리고자 하는 전략입니다.
격포 해수욕장의 전경입니다. 숙소에서는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 최적의 탐어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운데 보이는 등대와 방파제는 남쪽의 격포항 쪽을 바라본 것이고, 왼쪽의 바위벽은 채석강으로 보이는 절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접근해 보았습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아주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미리 썰물 시간 대를 정확히 파악해 두었기에 이렇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은 시간은 7시 반, 완전히 물이 빠지는 시간은 9시 24분으로 여유가 있습니다.
멋진 채석강의 풍경입니다. 전날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에 위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물이 은은한 폭포와도 같아 더욱 멋있습니다. 변산반도 국립공원 전체가 저런 퇴적층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어떤 지각 변동으로 인해 바닷속에 있던 지층이 드러난 것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숙소 쪽을 향해 찍어 보았습니다. 멀리 대명 리조트 숙소가 보입니다. 그 앞의 조간대의 바위에서는 저렇게 수 많은 웅덩이를 볼 수 있는데 저런 웅덩이 하나하나에 수 많은 생물들이 피신해 있습니다.
밀물 이후 물이 빠지면서 고이는 곳에는 아무래도 더 많은 생물이 높은 밀도로 서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위의 채석강에서 민물이 마구 흘러 내려오고 있었는데, 그 물의 영향을 받는 곳도 있고 또 어떤 곳은 땡볕 아래서 기온과 염분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급격한 환경 변화가 있는 곳에서 서식하는 녀석들은 아무래도 강인한 녀석들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망둑류가 아주 많이 보입니다. 민물두줄망둑과 점망둑이 보입니다. 민물두줄망둑은 지금 시점에서 정확한 동정이 불가능한데, 탐어를 가는 시점에서 두줄망둑과의 구분 포인트를 알아가지 않았고, 사진만으로 그 구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저 지역의 조간대에서는 민물두줄망둑이 보인다고 관찰하신 생물학도님의 말씀을 빌려 일단 민물두줄망둑으로 동정합니다. 일반적인 두줄망둑 종류는 주황빛 몸 채색에 갈색의 줄무늬를 갖는 경우가 보통이었는데 저 녀석은 보호색 때문인지 특이한 색을 띄고 있습니다.
역시 민물두줄망둑과 점망둑 3개체가 보입니다. 실제 채집한 녀석들 중에서는 점망둑이 흔하게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조간대 웅덩이 사진에는 점망둑이 많이 보이는 걸로 봐서는 촬영 때 눈을 사로잡은 크고 검은 녀석들이 별망둑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생물이 정말 높은 밀도로 서식하고 있습니다. 큼직한 놈들은 모두 별망둑이고, 민물두줄망둑 몇 마리도 보입니다. 사람이 다가가면 빠르게 도망다니지만 좁은 곳이라 멀리는 못가고 숨게 됩니다. 가까이서 조용히 관찰하고 있으면 해조를 입으로 쪼는 등의 행동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망둑류가 텃세가 강한데, 이 녀석들은 바로 근처의 녀석들과도 사이좋게 어울리고 있습니다. 조간대 웅덩이라는 좁은 곳에서 영역 경쟁 따위를 피해아 스스로의 생존률을 강화시키기 때문이겠지요.
민물두줄망둑, 앞동갈베도라치, 게와 말미잘 종류도 보입니다. 모두 이곳에서 가장 흔한 종류입니다.
민물두줄망둑을 가까이서 잡아보았습니다. 밑에 앞동갈베도라치 꼬리도 보이는군요.
역시 민물두줄망둑의 사진입니다. 바로 옆의 구멍이 뽕뽕 뚫린 소라는 집게입니다. 실제 소라나 고둥 종류는 물 밖의 바위에 옹기종기 붙어 밀물을 기다리는 모습이었고, 물 속에 있는 소라는 거의 집게였습니다.
점망둑의 사진입니다. 특이해보여서 찍었는데 역시 점망둑이네요. 이곳에서는 별망둑에 비해 점망둑의 개체 수가 적었습니다.
조간대 웅덩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보았습니다. 비록 해상도는 떨어지지만 그 분위기는 그대로 느낄 수가 있네요.
햇볕이 내려 쬐면서 무지하게 더워지더군요. 바닷물 근처라서 카메라를 맨 상태로 물에 들어갈 수도 없고, 바닷물이 닿았던 부분은 끈적끈적한게 민물 탐어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처음 보는 종이 잡힌다는 기쁨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겠지요.
격포항 방파제입니다. 정말 시원한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근처의 갯바위에서는 낚시는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꽤나 다양한 어종을 낚고 있더군요.
한 번의 뜰채질에 다양한 종이 잡혔습니다. 족대질도 그렇지만 뜰채를 움직여서는 이렇게 잡기가 힘들고 뜰채는 지형상 좁아지는 곳에 세워두고 발로 휘휘 저으면 채집이 아주 쉬웠습니다.
별망둑입니다. 조간대 웅덩이에서 가장 큰 녀석들이었고, 가장 많은 수가 보였습니다.
묘하게 손으로 잡으면 스트레스 때문인지 색상이 아주 진해집니다. 이 녀석들은 몸이 아주 미끈거리는데 염분의 변화에 대한 방어라고 하더라구요.
햇볕 아래서 보다 자연스러운 녀석의 색상이 나왔습니다. 실제 발색은 저 정도 느낌입니다.
역시 많이 보이던 민물두줄망둑입니다.
바닷가에 가까운 지역의 농수로, 하천의 최하류에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곳에서의 채집을 해본 적이 없어 결국 바다에서 처음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점망둑입니다. 채집 당시에는 점망둑과 별망둑을 구분하지 못했는데, 단순히 이 녀석은 색상이 연해서 일단 찍어놓자는 생각이었는데, 그 생각이 적중해서 이렇게 사진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별망둑에 비해 모두 몸 길이가 작습니다. 실제 개체수도 더 적다고 기억되는데, 현장에서 그 둘의 동정을 못했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앞동갈베도라치입니다. 다 크면 6cm 정도이고, 생김새도 특이하고 색상도 아름다운데다가 생활 반경이 좁은 어종이라 관상용 해수어로 적합한 녀석입니다. 이런 치어를 찍을 때만 해도 아무 겁 없이 찍고 있었는데요.
6cm에 근접한 성어입니다. 얼굴과 입 모양이 여느 물고기와는 참 다른 인상을 풍기게 합니다. 백화점에 진열된 HDTV에서 자주 나오는스쿠버 다이빙 영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굴 속에서 얼굴을 내미는 모습이 자주 잡히는 열대 지방의 베도라치들이 있지요. 그런 녀석들 처럼 납작해서 사람, 또는 외계인 비슷해 보이는 얼굴입니다.
촬영 중에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바위벽에 떨어뜨리면 무지 아프겠지요. 하지만 이 녀석이 의도한 일이었습니다.
아주 날카로운 이가 나 있었는데, 이리 저리 돌려보던 중 갑자기 뱀이 물듯이 머리를 확 손가락 쪽으로 내밀면서 물고 펄쩍 뛰더군요. 이 사진은 피를 5번 가량 닦아내고 나서 어느 정도 지혈이 되고 나서 찍은 것인데, 확실히 민물고기들과 달리 만만히 볼 수 없는 게 바닷가 생물인 것 같습니다. 후에 상처 형태가 궁금해서 확인해보니 흉터가 전혀 없더군요.
이렇게 계속 망둑류가 잡힙니다. 마음만 먹으면 수백마리라도 잡을 수 있었겠지만, 계속 보던 놈만 보니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하고, 이제는 다른 녀석들을 보기 위해 움직여보기로 했습니다.
꼬물딱 거리고 있던 미끈망둑입니다. 미꾸라지와 정말 비슷해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수역에서도 발견되므로 민물고기 도감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종입니다.
그물베도라치입니다. 아주 작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찾지 않으면 확인하기 힘든 녀석들입니다. 위 녀석과 함께 2~3cm쯤 되는 개체들로 아주 작은 치어입니다.
입 끝부터 등을 따라 노란 줄무늬가 있습니다. 대형으로 성장하는 종이며, 서해안 물가에서는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기타 생물들을 모아서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둥류 사이에 갯강구가 있습니다. 갯강구는 정말 아주 많은 수가 있었는데, 벌레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접근도 하지 못할 정도의 수였습니다. 고둥류는 밀물을 기다리며 피신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녀석도 간혹 채집되던 새우입니다. 해수 새우이지만 특색있는 점은 보이지 않던 녀석입니다.
바위틈에 있는 게들은 모래 사장의 게들보다 잡기가 쉽지요. 이 개체는 크기가 작아서 별 저항을 못하고 있지만 이보다 큰 개체들은 강인한 집게로 손가락을 확 집어버리고 집게를 끊고 도망을 가더군요. 끊어진 집게는 여전히 적을 물고 있기 때문에 적은 거기에 신경이 집중되게 됩니다. 이 역시 민물에 사는 녀석들과 다른 강인한 모습인데, 실제로 바다에 사는 녀석들은 독, 아주 강한 껍질, 날카로운 무기 등으로 무장을 하고 있는 녀석들이 많이 보입니다. 천적이 아주 많고 고립되지 않은 곳에서 끊임 없이 진화된 결과이겠지요.
위에서 촬영한 그 개체를 놓아주고 찍어보았습니다.
웅덩이에서 꼼짝을 않던 녀석. 붙잡아보니 별 저항을 못하는데, 껍데기가 말랑말랑한게 탈피한지 얼마 안된 모습이었습니다.
특이하던 게입니다. 움직임이 아주 느린데 등에 무언가를 많이 붙이고 있어 적의 시선을 피할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말미잘 종류입니다. 썰물 때 밀물을 기다리며 이렇게 웅크리고 있습니다.
바다의 집게 종류입니다. 한 웅덩이에서 촬영을 위해 대충 모아본 녀석들인데 그 정도로 개체 수가 많습니다. 이 녀석들은 일반적인 사육용의 육지 소라게와 달리 해수어항 시스템에 여과기 등을 모두 장만을 해야 사육이 가능합니다. 섣부르게 귀여운 모습에 반해 집에 데려오면 99% 죽는다고 보면 됩니다.
썰물이 끝나고 다시 밀물이 올라오는데 수면을 떠다니는 수 많은 물고기들이 보였습니다. 중간중간에는 4~20여 마리가 떼를 지어서 수면에서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다니고 있었는데, 이들은 학꽁치로 추측됩니다. 사진에서는 반사광 때문에 잘 잡히지 않았지만 얼핏봐도 수백마리가 전 연안에 걸쳐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점이 두 개 박혀 있고 몸이 통통했기 때문에 복어 종류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30여분을 씨름해봐도 잘 잡히지 않았는데 이들이 2m 정도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는데다가 뜰채를 굉장히 경계했기 때문에 채집이 쉽지 않았습니다. 카메라를 목에 메고 족대도 없이 뜰채로 잡는다는게 무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밀물 때 파도에 정신 못차리는 녀석들을 보고 그걸 이용하기로 했고 결국 채집이 되었습니다.
정말 깜찍한 복섬이었습니다. 바닷물 빛과 비슷해보이려 애쓴 등의 채색, 감출 수 없는 복어의 통통한 몸매, 귀여운 눈과 색상, 앙증맞은 지느러미에 붉은 꼬리지느러미 채색은 마지막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등이 울퉁불퉁합니다.
멍청해 보이는 앞 얼굴. 하지만 복어류는 태초의 물고기와 다르게 크게 진화했고 지능도 더 좋은 편으로 어항에서도 자연에서도 호기심이 많아 보이는 행동을 많이 합니다. 실제로도 육상, 수영 실력과 수 많은 알로 번식을 해내는 녀석들에서, 껍데기나 이 복어처럼 독이라든가 하는 것으로 무장을 하고 체력을 아껴가면서 특이한 전략으로 생활과 번식을 하는 녀석들로 진화의 흐름이 이어져 가지요.
이 녀석은 붙잡아도 절대로 부풀지 않는 녀석이었습니다.
한편 이 녀석은 약간의 자극에 쉽게 부풀어 오르던 녀석입니다. 3 개체를 잡았는데 두 녀석은 이렇게 쉽게 부풀어 올랐고, 너무 오래 자극을 하는 경우에는 물에 풀어주어도 수 분 이상 부푼 상태로 있더군요. 이것이 복어가 스스로 콘트롤이 힘들기 때문인지 큰 위기를 느꼈기 때문에 쉽게 공기를 빼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부풀지 않는 녀석들은 왜 그런 것인지 또한 궁금해집니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입니다.
마지막으로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에서 본 장면. 풍광도 아주 좋았을 뿐더러 정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상쾌한 곳이었습니다.
바닷가에서의 탐어, 그리고 바다 구경과 먹거리 등은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바닷가에 올 일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떠나는 길이 더 쉽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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